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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금융

흔한 가정주부의 추심 공포




흔한 가정주부의 추심 공포



특별히 가난하지도, 딱한 사연이 있지도 않은 어느 한 평범한 주부의 이야기를 해드리려 합니다.


- 그녀: 32세, 사회생활 경험 전무
- 남편: 월 500 수입, 해외파견 근무 중
- 슬하: 5살, 7살 아이 둘


처음에는 사정이 있어 2~3천만원 정도를 현금서비스 받았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저성장 시대에 많이들 그러하듯 그녀 역시 ‘돌려막기’의 늪에 빠지게 되었고, 그 결과는 뻔하게도 원금보다 이자가 더 높은 ‘빚 폭탄’이었습니다. 현금서비스, 카드론, 캐피탈, 대부업체에 총 7천 4백만원……. 이렇게 빚이 불어나는 동안 일이라도 구해서 갚고 싶었지만 아이들이 있어 나갈 수도 없었습니다.


이렇게 감당 못 할 정도로 빚이 불어나게 된 데에는 그녀의 어리석음의 책임이 큽니다. 대체 돈 관리를 어떻게 했길래,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무얼 하고 있었던 건지 답답합니다.


하지만 그녀를 비난하고서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 많은 채권사들은 대체 왜 직장도 없고 이미 대출받은 게 있는 그녀에게 이리도 많은 돈을 빌려줬던 걸까요? 그녀가 문제없이 꼬박꼬박 갚을 거라고 믿었던 걸까요?


채무상담사는 그녀가 너무 많이 울어서 상담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였다고 말합니다. 매일 오는 전화‧문자 때문에 불면증과 극도의 불안감에 시달리면서 죽고 싶었다고 합니다. 남편이 알게 되는 것도 두렵고, 그렇다고 남편 없이 홀로 아이들 데리고 감당하는 것도 너무 힘들다고요.


그녀는 분명 추심 문자‧전화에 더 겁이 나서 다른 빚을 져서라도 연체되지 않고 빚을 갚을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새로 진 빚은 여유자금이 생기면 곧 갚을 생각이었겠죠. 하지만 어디 그게 되는 세상인가요. 매달 나갈 돈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큰 돈 나갈 일만 자꾸 생기는 세상인 걸요.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은행, 카드사, 대부업체들입니다. 주부들의 경우 추심과 독촉에 더 두려움을 느끼고 다른 빚을 져서라도 갚기 때문에 상환율이 높다는 사실까지 말입니다.


그녀는 분명 미숙했고 결과적으로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를 그렇게 빚의 수렁으로 끌고 들어간 금융사들 역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 공감해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p.s. 나중에 남편에게 사실대로 말하니 질책 대신 위로를 해주었다는 중요한 사실! 지금은 프리워크아웃을 통해 월 100만원씩 빚을 갚아나가고 있고, 그 결과에 매우 만족해하고 계시다는 다행스런 소식입니다.